그날 밤의 아내(1930) good fellas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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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도짓을 한 오카다 도키히코가 택시를 타는 밤의 인적이 없는 마루노우치 빌딩가의 서스펜스. 이윽고 형사인 것을 알 수 있는 야마모토 도고의 운전수의 무표정. 그리고 가정극 풍의 분위기가 떠도는 서양풍의 아파트에서 일본옷을 입은 야구모 에미코가 가슴에 들고 있는 권총. 그리고 그 소프트 모자 차림의 에로티시즘. 오즈가 할리우드에 망명하지 않은 것은 미국 영화의 손실이다. <하스미 시게히고, 영화의 맨살 中>

하스미 시게히고는 네멋대로 해라(1959) 이전 액션영화 best 50 안에 이 영화를 넣었다.

이 영화의 첫 장면은 늦은 밤, 빌딩가를 걷는 경찰을 롱숏으로 보여주고, 이윽고 경찰의 발걸음만 화면에 보여준다. 그 이후 영화의 편집과 구성은 할리우드의 필름 누아르 방식으로 보여준다. 오즈 영화에서 본 적이 없는 서스펜스다. 하스미 시게히고는 이 리듬에서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본 것 같다. 오즈와 액션영화라니.
영화 중반쯤,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기 위해 여러 정물들, 혹은 집 밖의 풍경을 차례대로 훑는다. 마치 이후 칼라 영화에서 옥상에 걸린 빨래나 굴뚝의 연기와 같이 이야기 바깥으로 잠시 화면을 돌리는 것처럼. 
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. 담배를 같이 피우며 걸어가는 경찰과 남자 주인공. 둘의 모습을 풀숏으로 보여준다. 다음으로 둘의 뒷모습을 롱숏으로 보여준다. 보통의 영화는 롱숏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끝이 난다. 하지만 오즈의 영화에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. 그 둘은 이윽고 건물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. 화면에는 텅 빈 거리만 보인다.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. 텅빈 거리, 그리고 집에 남은 아내와 아이.

내가 오즈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 빨래와 굴뚝, 그리고 떠난자와 남겨진자 사이에서 흐르는 정서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 초기작.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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